오늘 셰이프오브워터를 보고왔다

게을러서 후기를 그때그때 남기는 편은 아닌데 이건 꼭 느낌을 정리해놓고싶네

판의미로 감독 신작이란 소리 들었을때부터 보고싶었는데ㅠㅠ 얼마전 한국에 개봉을 했고, 오늘 알바 마치고 보러갔당

혼영 되게 좋아하는 편인데 진짜 오랫만에 한거같다,,, 


사실 이 영화는 다 보고 나와서

읭스러울 수 밖에 없는 영화이다

우리가 평소에 생각하는 사랑의 형태와 완전히 다르기 때문임

이야기의 주체들도 우리와는 다른 존재이고, 감정선도 빈칸 띄워놓은듯한 부분이 많음


그런데 생각을 해보니까 이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는 바로 그 반대라는 걸 깨달았다

그건 글 마지막부분에다 쓰겠음




1. 물이 주요 소재로 등장해서 좋았다

난 물에 환장한다,,, asmr도 심해소리 파도소리 고래소리 들음,,,

그래서 오프닝 시퀀스부터 너무너무 기분이 좋았음


그럼 이 영화에서 물의 의미는 뭔가



2. 물의 세계

 

오프닝시퀀스는 상당히 정적이다

엔딩도 마찬가지 굉장히 정적이다

둘의 공통점은

둘 다 정적이고

둘 다 수중장면이라는 것이다



수중의 특징은 뭘까

바깥(현실)과의 단절 / 고요함 / 그로부터 오는 안정감 아닐까 


이 영화는 분석을 하고싶진 않지만,,, 굳이 나누자면 영화속 세계를 두가지로 나눌 수 있겠다

위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수중을 물의 세계라고 한다면

물의 세계(사랑의 세계) <->지상의 세계(현실의 세계)


그 중 물의 세계는 엘라이자와 크리쳐의 낙원이라 할 수 있는데,

크리쳐라는 신비롭고 동화적인 존재 자체가 주는 신비감에

현실과 분리된 특수한 배경-수중-이 더해져 더욱더 이상향스러운 느낌을 자아낸다. 


그런데,

영화 속 현실상황은 갈등과 불안요소로 점철되어있음

(미-소 갈등 / 기계적이고 차가운 연구소 / 현실과 소통이 단절된 주인공 / 크리쳐에게 가해지는 가혹행위 / 스트릭랜드의 폭력성 등등)

이런 요소들로 말미암아 물과 지상은 확연한 대비를 이루게 된다


특히, 자일스를 보면

크리쳐와 엮이기 전 그의 현실은 대단히 절망적이다.

자일스의 생업인 그림은 사진에 대체되는 중이며, 

호감을 가지고 있던 상대는 그의 이상과 한참 달랐고 

인생의 역작이라며 몰두하고 있던 일은 퇴짜를 맞고...

현실세계는 그에게 좌절만을 안겨준다.


그러나 일라이자와 크리쳐를 통해 '물의 세계'에 속하면서 

그는 친구를 돕는 조력자가 되고 그림을 즐기는 화가가 되며 사랑을 목격하고 우리에게 전해주는 나레이터가 된다.

(머리카락은 덤)





3. 물이라는 소재

물은 영화속에서 두 세계를 나누는 기준이 되는 것 외에도

에로스적인 소재로 쓰인 것 같다... 왜냐하면


① 엘라이자는 출근하기 전에 욕조에서 목욕을 하며 자위를 함

② 엘라이자와 크리쳐는 물속에서 사랑을 나눔

③ 첫섹스 이후 그것을 은유적으로 표현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다른것도 아니고 물방울이 하나로 합쳐지는 것으로 표현


④ (내가보기에) 애틋한 마음과 사랑이 절정에 달했을 때는

아예 화장실 가득 물을 채워놓고 사랑을 나눴음,,,

아랫층에 물이 뚝뚝 샐 정도로


⑤ 원래 물 자체에 섹슈얼한 의미가 담겨있음

그렇다,, 이 영화는 에로영화였던 것이다,,,,

④번을 다시 말하면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에 건물 1층 극장에까지 물이 뚝뚝 흐르고 바닥이 흥건하게 젖는다고요,,,,,,


굉장히 동화적인 줄거리에 이런 센슈얼한 요소가 더해져있다

플라토닉과 에로스의 결합,,,




4 엘라이자

샐리 호킨스가 연기를 넘 잘했음,,,

보는 내내 눈빛이 너무 애절해서 계속 감탄했다 수화연기도 엄청 수준급이었다

얼굴이 너무 익숙하길래 필모그래피 검색해봤는데 내가 본 영화들에 엄청 많이 나왔었음 개놀람


엘라이자가 울면서 크리쳐에 대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는 장면은 감정선의 클라이막스부분인데

이 때 엘라이자는 크리쳐가 자신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지않는다고 하면서, 

자기 모습 그대로를 봐준다고 말한다


사실 현실의 시선으로 보자면 엘라이자는 불완전한 존재이다.

목소리를 낼 수 없으니 소통도 안되며, 목에 눈에 띄는 상처도 있다

게다가 자기의 감정을 터뜨릴 때 조차 자일스의 목소리를 통해서만 우리에게 그것을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크리쳐에게 있어서 엘라이자는 엘라이자 그 자체다

목소리를 낼 필요도 없고, 목의 상처는 물 속에서 아가미에 불과하다. 

감정을 토해내면서 말로 표현할 필요도 없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는 관객이 감정선을 따라가는데에는 매우 불친절한 영화이다

일단 크리쳐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을 못하고

(눈빛도,,,음,,,잘 뭐르게쒀여 투명한 눈꺼풀 너무 신기해서 계속 구경한다고,,,)

엘라이자도 목소리를 못내고

어쨌든 둘이 등장하는 씬은 행동으로밖에 보여줄 수 없으니까..

언어로 표현되지 않은 그들의 사랑 서사에 감정선이 결여되어있다고 느껴질 수도 있지만  

『』이런식으로 생각하니까 이해가 되었음,,


여기서 의문이 생겼다. 굳이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해야하나?하고


왜냐하면


5. 영화가 우리에게 던지는 의문


Unable to perceive the shape of You, I find You all around me. 

Your presence fills my eyes with Your love, It humbles my heart, For You are everywhere.

영화 마지막에 나오는 시이다.


영화는 우리에게 '형태'라는 것의 존재에 의문을 던진다.

그에 대한 답은 물이라는 소재로 나타난다.

물은 형태가 없는 동시에 어떤 형태도 될 수 있는 것.


만약 사랑의 형태가 정해진다면 그 순간부터 모든 사랑은 재단되기 시작할 것이며

그 형태에 맞지 않는 모든 사랑은 가지치기 될 것이다.


자일스는 파이가게 남자를 좋아했지만

파이가게 남자는 그것을 친절, 호감으로 조차 받아들이지 못했는데 그것은 그가 알고있는 사랑의 형태는 단일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 또한 이 영화를 완전히 받아들이지 못했다면

현실의 기준으로 판단한 뒤 거른 찌꺼기만 남겨두었을 것이다.


그래서 결국 이들의 사랑을 이해하려고 할 필요는 없는것같다. 

애초에 이해가능한 상한선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으니까.



사랑은 형태가 없으며, 그렇기에 비로소 어떤 형태도 될 수 있다.











예고편이 궁금해서 유튜브에 갔더니

사람들이 부제 '사랑의 형태'를 가지고 댓글로 싸우고 있던데

솔직히 나도 처음에 제목은 셰이프 오브 워터인데 왜 사랑을 붙였는지에 대해서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영화를 다 보고 나오니까 부제가 있는편이 더 좋은 것 같음









좀... 해치,,,? 아니면 절에 가면 벽화에 있는 초록색 용... 이런거 닮지 않음,,,?


판의미로랑 분위기가 비슷했당

색감도 그렇고

판타지스럽지만 어딘가 쓸쓸한 내용도 그렇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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