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동생으로 보이는 여자에게 열심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다. 자신이 며칠전 어느 여자에게 "문화권은 전부 남자에 의해 형성되었다"는 말을 들었고, 자신은 그것이 틀린말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나는 책을 읽고 있었기 때문에 그 대화를 깊게 듣지는 못하였지만, 여하튼 남자가 지적하는 쟁점이 전체를 일반화하는게 아니라는 것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자기보다 어린사람 앞이었어서 그랬던건지, 이성 앞이었어서 그랬던 건지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지만, 그 남자는 자기가 알고있는 몇가지 예를 들며 그닥 설득력 없는 주장을 굉장히 확신에 찬 어조로 이야기했다. 이따금 알맹이 없는 자신의 의견에 정당성을 부여하려는듯 한쪽 손 주먹으로 테이블을 쿵쿵 치기도 했는데 우리가 일자식 테이블에 앉아있었던 터라 그 진동은 나에게까지 전해졌다. 남자가 말을 길게하면 할수록 나는 그가 얼마나 (잘 알지도 못하면서) 젠체하고 있는지를 쉽게 파악할 수 있었다. 내가 어제 읽고 있던 책은 '제인 오스틴'의 설득이었다. 그리고 그녀는 남성작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문짝뒤에서 야금야금 글을 쓰며 누군가가 다가와 마루가 삐걱대면 원고를 숨겼다. 그런 그녀의 책을 읽으면서 그런 이야기를 듣다니 유머가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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