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Perfume: The Story of a Murderer

그루누이가 만든 향수만큼이나 황홀한 음악들.






The girl with the plums






Meeting Laura





Perfume / Distill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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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에 걸쳐 반지의 제왕 123 & 호빗 123 정주행을 끝냈다!

반지의제왕은 어릴때 cgv나 ocn채널에서 틀어주는걸 몇번 본적이 있고 성인이 되고나서도 (가볍게)다시 봤었다. 호빗은 영화화 된건 한번도 보지못했었고, 원작 소설은 전공수업시간에서 다룬적이 있었다.

시간순대로 본다면 호빗->반제가 맞겠지만 호빗에 숨겨진 반지의 제왕 떡밥들을 알아보기 위해서 거꾸로 봄


호빗시리즈 마지막편인 다섯군대전투 마지막장면을 보는데 와 내가 왜 이걸 지금봤지..! 싶은 것이어따.... 반지의 제왕 시작과 이어지는 연출이 넘나 좋았다


호빗 줄거리 자체는 뭐... 톨킨 세계관 없이 그냥 판타지영화였다면 별로였을 것 같은데 반지의 제왕 보고나서 보니까 호빗사람들 특성이 뭔지 알겠고ㅠㅠ 그 옛날에 이런 일이 있었다니 넘나 신기하고... 막 그랬다. 


세편중 두번째영화인 스마우그의 폐허를 제일 기대했는데 제일 재미없었음... 베니가 연기하는거 보는건 재밌어따.....키듀키듀



나는 이 장면이 너무 귀여웠다

도토리......

도토리는 어떻게 단어도 이렇게 귀엽지


사실 호빗보기 전까지 나는 빌보 별로 안좋아해싸.... 반지의 제왕 보는데 막 눈빛이... 수상하게.. 자꾸 반지 가지려고 그러고....ㅜ 내기준 인상 별로였는데

호빗보고 나니까 빌보는 이름부터 그냥 씹더기야. 존나 호빗같다 뭐랄까 호빗의 결정체? 호빗의 아이콘?


마틴 프리먼이 빌보 연기를 끝내주게 잘한것같다.. 고백합니다 사실 셜록볼때도 그렇고 인터넷에 마틴 프리먼 귀엽다고 그러는거 이해못했어요.... 호빗에서 귀엽다구... 귀여운 빌보 그러는것두 이해못했답니다... 무릎꿇고 반성듕.... 마틴프리먼 호빗시리즈에서 존나 커엽답니다.. 도토리를 소중하게 간직하는 쟈근 귀염둥이예요.... 호빗보세여... 물론 이아저씨 멘탈이 쓰렉인거는 알고있지만... 이분이 연기한 빌보만은 욕할 수가 없어여....(2.5D의 장점)





반지의 제왕 보다가 예뻐서 캡쳐


예뻐서 캡쳐 22.....





골룸은 존나 특별한 캐릭터이다

생긴것도 특이하긴 한데 문학사에서도 예외적인 인물상임.....

착한사람은 끝까지 착하고 나쁜사람은 끝까지 나쁘고 권선징악 교훈 어쩌구저쩌구 아무튼 뭐 이런 평면적인 등장인물만 그득그득하던 문학사에서 돌연 등장한 입체적 인물이다 

입체적인것도 적당히 해야지 골룸은 그게 존나 극대화된 인물

얘는 말할때 혼자 묻고 혼자 답한다

골룸이 혼잣말로 말하는거 싸패같긴 한데 그게 곧 인간 자아가 그만큼 다양하단걸 극ㄷㅐ화시켜서 보여주는것....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착한생각만 하다 죽는 사람 있음? 없음

반대로 일관성되게 나쁜 사람도 없다


인간은 자아 속에 착한면도 품고있고 못돼쳐먹은면도 품고있다.

= 골룸(주인님을 배신해선 안돼vs호빗을 죽이고 달아나자!)


말도 이상하게 한다. 자기보고 '우리'라고 그러는가 하면 혼자 '너'라고 부를때도 있고 문법도 복수명사+단수동사 이런식으로 이상하게 쓴다(예 we knows). 위랑 같은 맥락이다. 한 인격체 속 다양한 자아


그리고 골룸 명대사 마이 프레셔스는 (물론 반지를 가리킬 때도 있지만) 자기한테 하는 말이다

우리 이쁜아 배긴스가 뭐지~? 요런 느낌 깔깔






예뻐서 캡쳐.... 아르웬 넘나 예쁘다 엘프가 있으면 진짜 이렇게 생겼을고야...


예뻐서 캡쳐4...


예뻐서 캡쳐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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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꽃들도 울고있는 것 같냐

휘황찬란한 우울을 휘감고선 우수수 눈물을 떨구고 있는 것만 같다

가끔은 내가 미술학도가 아님이 다행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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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난 반제 시리즈의 대단한 팬은 아니다.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간 딱 그때즈음 롤링여사의 마법학교 이야기가 전세계 초딩(과 어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러한 도서열풍은 곧 영화화로 이어졌는데, 이 해리포-타 영화가 줄줄이 개봉할 때 반지의 제왕 시리즈도 묵직하게 트리올로지 개봉에 성공했다. 바야흐로 한국 극장가가 이국적 판타지 영화(그것도 엄청나게 큰 규모)에 점령당했던 시절이었다.


다시 내가 '반지'시리즈의 대단한 팬이 아니라는 얘기로 돌아가보면, 말하자면 그런거다. 반지시리즈는 책으로 읽어본 적도 없었고 내용도 내 취향이 아니었다. 뭐 지금도 엄-청 취향인 것은 아니지만서도... 롤링여사가 (2000년대 기준으로) 엄청난 스타작가였다는 것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그녀가 자수성가형 신화를 가졌다면 톨킨은 그에 대적하고도 남을 정통성과 뿌리(및 두껍고 딥한 덕후들)가 있지 않은가? 여하튼 이러한 판타지부흥기에 나는 톨킨 작품을 접할 생각도 없었으며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불과 몇년 전 반지시리즈에 입덕할 수 있을 법한 발판이 다시한번 내 앞에 던져졌다. 전공수업에서 톨킨을 공부하게 된 것이다. 미리 밝히자면 나는 전공수업을 대체적으로 흥미롭게 들었기 때문에 강의에서 어떤 작품에 대해 한번 다루고 나면 관심을 가졌고, 뒷조사도 틈틈히 하는 편이었다. 하지만 이 호빗이야기는 달랐다. 친구들과 '빌보 배긴스'가 들어간 말로 낄낄대며 농담을 해도 시험범위 이외의 내용에는 전-혀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이쯤에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그런 생각을 완전히 고쳐먹게 되었다. 나는 반지의 제왕때문에 현생을 포기했다'같은 내용으로 흘러갈 법도 하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여전히 이 작품에 그렇게 큰 관심이 없다. 하나 변한게 있다면 앞으로 쭉 관심없을 것이다가 아니라 '아직은' 관심이 없는 것이라고 굳게 믿게 된것이다.


여기에는 피터잭슨 감독의 동명소설을 영화화한 반지의 제왕 시리즈가 큰 영향을 끼쳤다.

이 시리즈의 단점은 존나게 긴 러닝타임이다. 그렇다고 영화에서 불필요한 장면이 있느냐? 아니요. 그냥 제 집중력이 쌀알만한겁니다요...



나는 이런 사람이다.▼

- 나는 반지의 제왕 이야기가 그닥 흥미롭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화만 보고 좋아하기에는 세계관이 너무 깊고 심오하지 않은가?

- 무엇보다 이런 정식 판타지는 정말이지 내 취향이 아니다... 다른사람 취향을 후려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깊게 파지 않는 장르라는 거다

- 내 집중력은 손톱만하기 때문에 러닝타임이 2시간을 넘기면 너무나 힘들다. 주관 정리하기도 힘들고 감독이 뭘 말하고 싶었는지를 생각하는 것도 너무 혼란스럽다



그런데 내가 오만 판타지스러운 요소를 죄다 때려박은, 장장 3시간을 훌쩍 넘기는 영화 한편을 보고나서 

'와 진짜 잘만들었다'라는 생각이 든다면 그건 이 영화가

졸라

멋진

영화라는 

의 증명아니겠는가





오늘 이 글을 쓰게 된 이유는 오랫만에 반지원정대를 다시 봤기 때문임

케이트 넘나 예쁩니다.. 사댱해 광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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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렇게 잘생기셨죠
쓰레기력 낭낭한 배역인데 그와중에 얼굴 넘나 열일



나는 알렉스가 싫다. 개새끼다. (원작 책에서의 알렉스는 다른데, 책은 영화보다 훨씬 극적이고 우화적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맥도웰이 연기하는 알렉스는 좋다. 매력있는 악역인가? 그건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까리한' 배역이라는건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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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llo stranger

타인과 맺는 관계란 이렇게나 온전치 못한 것이다. 그 관계가 얼마나 깊었냐 얕았냐, 또는 얼마나 진실되었나, 거짓말을 했느냐는 상관없다. 누군가는 진실을 알려줘도 믿으려 하지 않고 누군가는 거짓을 진실인 것 마냥 알고 살아간다. 속았다는 사실에 화를 내기도 하고 뒤늦게 속았음을 발견하지만 이미 손쓸 수 없게 되어버렸을 수도 있다. 손에 쥐면 바스락 부숴져버릴 마른 장미꽃같은 fragile한 관계 위에서 아슬아슬 곡예를 타면서 살아간다. 그게 바로 사랑이다. 결국 모두가 strangers다. 불같은 사랑이던 미움이 가득했으나 차마 떠나지 못했던 사랑이었던간에 빛났던 순간은 수많은 인파에 떠밀려 조각난다. 뒤돌아 붙잡으려 해도 결국 저 멀리 가버려 되찾을 수 없다. 온전하게 내 것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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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인 로망스가 아주 잘어울렸다. 추잡하지 않고 나름  스타일리쉬하게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지만... 나는 한국 느와르물에 깊게 감명하기가 너무 어려운데, 끝나고 나면 그래서 뭐? 결국 깡패새끼들 이야기 아닌가? 하는 생각이 사라지지가 않기때문이다...거기다 이영화에는 이로맨틱씨가 나오기 때문에 더 힘들었다... 드러운 음담패설이 개그코드랍시고 나오지 않는것은 마음에 들었다. (흔히 말하는) 아재감성 너무 싫다. 그런데 우리나라 상업영화판에는 이게 너무 넘쳐난다.

다시 영화얘기로 돌아가서. 나레이션이 다 했다. 스토리는 유치하지,.만... 가질수없는 것을 꿈꾸는 것, 그것을 끝내 손에 가질 수 없다는 것이 잘 드러나 굉장히 씁쓸했다.
이병헌이 커피를 마신다. 설탕을 타서 마신다.
누군가는 인생이 쓰디쓴 것이라 얘기한다. 그렇기 때문에 설탕이 필요한 것이다. 쓰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누구나 달콤한 인생을 꿈꿔보는 것이 아닐까

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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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5월부터 기록 시작)

MAY (13)
1 곡성 / 킬유어달링스 / 위대한개츠비 / 릴리슈슈의 모든것 / 브이포벤데타
6 시카고 / 레미제라블(2012) / 아마데우스 / 매드맥스 / 쇼생크탈출

11 황후화 / 쿠스코쿠스코1 / 쿠스코쿠스코2


JUNE (17)
1 달콤한인생  / 오페라의 유령 / 브루스 올마이티 / 토탈이클립스 / 레볼루셔너리 로드
6 호튼 / 혐오스런 마츠코의 일생
(기말고사)
8 싱스트리트 / 이지에이 / 백투더퓨쳐 / 경찰서를 털어라 / 클로저
13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 시계태엽오렌지 / 반지의제왕(반지원정대) / 아가씨 / 너무 밝히는 소녀 알마

JULY(53)
1 반지의제왕 두개의탑 / 반지의제왕 왕의귀환 / 호빗 뜻밖의여정 / 반고흐 painted with words / 캡틴아메리카 퍼스트어벤져
6 호빗 스마우그의 폐허 / 호빗 다섯군대전투 / 아이언맨 / 아이언맨2 / 토르 천둥의신
11 향수 / 어벤져스 / 알라딘 /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놈 / 아이언맨3
16 토르 다크월드 / 시스터액트 / 킥애스 / 해피투게더 / 라이온킹
21 토이스토리 / 월드워z / 박쥐 / 로리타 / 러시 더 라이벌
26 친절한 금자씨 / 좀비랜드 / 언로킹셜록 / 셜록:유령신부 / 어메이징스파이더맨
31 케빈에대하여 / 어메이징스파이더맨2 / 복수는나의것 / 좋지아니한가 / 캐빈인더우즈
36 님포매니악1 / 벨벳골드마인 / 대학살의 신 / 그녀 / 밀양
41 아이킬드마이마더 / 3:10 투 유마 / 김씨표류기 / 더울프오브월스트리트 / 마더
46 님포매니악 볼륨2 / 이터널선샤인 / 데드풀 / 라이프애프터베스 / 나우유씨미1 /
51 퍼펙트겟어웨이 / 주토피아 / 나우유씨미2 / 프랭크



2016.10.7  그동안 꽤 많이봤는데 성실하게 기록안했더니 뭐봤는지 기억이 안나....(。·ˇ_ˇ·。)
일단 당장 기억나는것부터

August (1)
1 주토피아

September (8)
1 헝거게임 123 / 고스트버스터즈 / 뮬란
6 스파이 / 밀정 / 불량소녀 너를 응원해

October
1 추억의 마니 / 트루먼쇼 / 물랑루즈 / 립반윙클의신부




인사이드아웃 / 혐오스런마츠코의인생 / 라라랜드

96편

나는 어제 실질적 의미의 졸업을 했다.


그렇다. 어제 기말고사가 끝이났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내 4.5년간의 대학생활에서 마지막 기말고사였다. 내 인생에서 치뤘던 33개의 기말고사 중에서 마지막 33번째 시험이 지금으로부터 약 24시간 전에 끝이 난 것이다.



***

이 시험에 대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때까지의 기말고사 중 과목수는 3과목으로 가장 적었으며, 난이도는 피실험자 P씨의 의견에 따르면 가장 어려운 수준이었다고 한다. 더불어 (난이도 항목과는 관계없이) 과목수 대비 학습시간이 가장 짧았던 것으로 보이며, 밤샘 수치는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설문지에 기재된 참가자별 의견은 아래와 같다.


'공부하기 싫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

'집중을 할 수가 없다'

'존나 하기 싫다'

'자살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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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문장 :

 

"그래, 돈 마련은 그럭저럭 끝냈단 말이지?"하고 까마귀라고 불리는 소년은 말한다.

 

 

 

 

 

-

"내 말 잘 들어. 엄청나게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해 봐"하고 그가 말한다. "다른 모든 일은 모두 깡그리 잊어버리고 말야."

그가 시키는 대로, 엄청나게 지독한 모래 폭풍을 상상한다. 다른 일은 모두 완전히 잊어버린다. 내가 나 자신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린다. 내 속은 텅 빈 것 같다. 모래 폭풍이 곧 머리에 떠오른다. 늘 그랬듯이 나와 까마귀 소년은 아버지 서재의 낡은 가죽 소파 위에서 그 모래 폭풍을 함께 상상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운명이란 끊임없이 진행하는, 방향을 바꿔가며 어느 특정한 지점에 집중되는 국지적인 모래 폭풍과 비슷하지"하고 까마귀 소년은 나에게 말하기 시작한다.

 

  어떤 경우에는 운명이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진로를 바꿔가는 국지적인 모래 폭풍과 비슷하지. 너는 그 폭풍을 피하려고 도망치는 방향을 바꾼다. 그러면 폭풍도 네 도주로에 맞추듯 방향을 바꾸지. 너는 다시 또 모래 폭풍을 피하려고 네 도주로의 방향을 바꾸어버린다. 그러면 폭풍도 다시 네가 도망치는 방향으로 또 방향을 바꾸어버리지.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마치 날이 새기 전에 죽음의 신과 얼싸안고 불길한 춤을 추듯 그런 일이 되풀이되는거야. 왜냐하면 그 폭풍은 어딘가 먼 곳에서 찾아온, 너와 아무 관계가 없는 어떤 것이 아니기 때문이지. 그 폭풍은 그러니까 너 자신인 거야. 네 안에 있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면 돼. 그러니까 네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는, 모든 걸 체념하고 그 폭풍 속으로 곧장 걸어 들어가서 모래가 들어가지 않게 눈과 귀를 꽉 틀어막고 한 걸음 한 걸음 빠져나가는 일뿐이야. 그곳에는 어쩌면 태양도 없고 달도 없고 방향도 없고 어떤 경우에는 제대로 된 시간조차 없어. 거기에는 백골을 분쇄해 놓은 것 같은 하얗고 고운 모래가 하늘 높이 날아다니고 있을 뿐이지. 그런 모래폭풍을 상상하란 말야.

 

 

 

 

 

-

"넌 지금부터 이 세상에서 가장 터프한 열다섯 살 소년이 되어야해. 무슨 일이 있어도 그렇게 하지 않으면 네가 이 세상에서 살아나갈 수 없으니까.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로 터프하다는 것이 어떤 것인가를 네 스스로 이해해야만 하는 거다, 알겠지?"

 

 

 

 

 

-

그리고 물론 너는 실제로 그놈으로부터 빠져나가게 될 거야. 그 맹렬한 모래 폭풍으로부터. 형이상학적이고 상징적인 모래 폭풍을 뚫고 나가야 하는 거다. 그렇지만 동시에 그놈은 천 개의 면도날처럼 날카롭게 네 생살을 찢게 될 거야. 몇몇 사람들이 그래서 피를 흘리고, 너 자신도 별수 없이 피를 흘리게 될 거야. 뜨겁고 새빨간 피를 너는 두손으로 받게 될 거야. 그것은 네 피이고 다른 사람들의 피이기도 하지.

그리고 그 모래 폭풍이 그쳤을 때, 어떻게 자기가 무사히 빠져나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너는 잘 이해할 수 없게 되어 있어. 아니, 정말로 모래 폭풍이 사라져버렸는지 아닌지도 확실하지 않게 되어 있어. 그러나 이것 한 가지만은 확실해. 그 폭풍을 빠져나온 너는 폭풍 속에 발을 들여놓았을 때의 네가 아니라는 사실이야. 그래, 그것이 바로 모래 폭풍의 의미인 거야.

 

 

 

 

 

-

한밤중에 갑자기 억수같이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따금 잠에서 깨어 싸구려 커튼 사이로 밤의 고속도로 풍경을 바라본다. 빗방울이 소리를 내면서 세차게 차창을 두드리고, 도로를 따라 늘어선 가로등 불빛을 흐려놓고 있다. 가로등은 같은 간격을 유지하면서 가까이 다가오고, 다음 순간에는 이미 낡은 빛이 되어 등 뒤로 사라진다. 문득 시계를 보니 자정을 넘은 시간이었다. 그리고 자동적으로, 마치 앞으로 떠밀린 것처럼 나의 열다섯 번째 생일이 찾아온다.

 

 

 

 

-

나도 자세한 설명은 할 수 없어. 하지만 하나만은 말할 수 있지. 요컨대 어떤 종류의 불완전함을 지닌 작품은 불환전하다는 그 이유 때문에, 인간의 마음을 강하게 끌어당긴다-적어도 어떤 종류의 인간의 마음을 강렬하게 끌어당긴다는 거야.

 

 

 

 

-

"내가 운전하면서 자주 슈베르트를 듣는 것은 그 때문이야. 아까도 말한 것처럼 그게 대부분의 경우, 어떤 의미에서든 불완전한 연주이기 때문이지. 질이 높은 치밀한 불완저함은 인간의 의식을 자극하고 주의력을 일깨워주거든. 이것 이상은 없다라고 말할 수 있을 만한 완벽한 음악과 완벽한 연주를 들으면서 운전을 하다간, 눈을 감고 그대로 죽어버리고 싶어질지도 몰라. 하지만 나는 D장조 소나타에 귀를 기울이고, 거기에서 인간이 영위하는 한계를 듣게되지. 어떤 종류의 완전함이란 불완전함의 한없는 축적이 아니고서는 실현할 수 없다는 걸 알게 되는 거야. 그것이 나를 격려해 주거든. 내가 뭘 말하는지 알겠어?"

 

 

 

 

-

나는 슈베르트의 소나타에 귀를 기울인다.

"어때, 지루한 곡이지?"하고 그가 말한다.

"네, 확실히"하고 나는 솔직하게 말한다.

"슈베르트는 훈련에 의해서 이해할 수 있는 음악이지. 나 역시 처음에 들었을 때는 지루했어. 네 나이라면 그건 당연한 일이야. 하지만 이제 곧 알게 될 거야. 인간은 이 세상에서 다분하고 지루하지 않은 것에는 금세 싫증을 느끼게 되고, 싫증을 느끼지 않는 것은 대개 지루한 것이라는 걸. 그런 거야. 내 인생에는 지루해할 여유는 있어도 싫증을 느낄 여유는 없어.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두가지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 보통이지만."

 

 

 

 

 

-

  모든 것은 상상력의 문제다. 우리의 책임은 상상력 가운데에서 시작된다. 그 말은 예이츠는 이렇게 쓰고 있다. In dreams begin the responsibilities. 그 말대로다. 거꾸로 말하면, 상상력이 없는 곳에 책임은 발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이 아이히만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이.

 

나는 오시마 상이 이 의자에 앉아서 뾰족한 연필을 손에 들고 책 표지 안쪽에 메모를 쓰고 있는 광경을 상상한다. 꿈속에서 책임은 시작된다. 그 말이 나의 가슴을 울린다.

 

 

 

 

 

-

나는 그 찬란한 밤하늘 아래서, 다시 격렬한 공포에 사로잡힌다. 숨이 답답해지고 심장의 고동이 빨라진다. 이처럼 엄청난 수의 별들이 내려다보는 가운데 나는 살아왔는데도, 그들의 존재를 지금가지 인식하지 못했다. 별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니, 별뿐만이 아니다. 그 밖에도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것이나 모르는 것이 이 세상에는 얼마나 많이 존재하는 것일까? 그렇게 생각하자, 나 자신이 구제할 길 없이 무력하게 느껴진다. 가도 가도 끝없이 그 무력함에서 벗어날 수가 없는 것이었다.

 

 

 

 

-

"우선은 남들처럼 인사부터 하지. 하지만 인사가 끝나면 즉시 이별이 시작되네. 헬로, 굿바이― 활짝 핀 꽃에 불어 닥친 폭풍이라는 비유도 있잖은가. 작별만이 인생이라네."

 

 

 

 

-

"너와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나는 이렇게 느끼고 있었어. 너는 무언가를 강렬하게 찾고 있으면서도, 한편으로는 그것을 필사적으로 피하려 하고 있다고. 네게는 그렇게 생각하게 만드는 구석이 있어."

 

 

 

 

 

-

"경험적으로 말한다면, 인간이 무엇인가를 강렬하게 원할 때 그것은 대게 찾아오지 않지. 인간이 무엇인가를 필사적으로 피하려고 할 때, 그것은 저쪽에서 자연히 찾아오고 말이야. 물론 그것은 일반론에 지나지 않지만 말이야.

 

 

 

 

 

-

"뒷이야기에서 틀림없이 커다란 전환이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요."

"네 말대로야."하고 오시마 상이 말했다. "그것이 이야기의 공통적인 구성 요소지. 커다란 전환. 의외의 전개. 행복은 한 종류밖에 없지만, 불행은 사람에 따라 천차만별이야. 톨스토이가 지적한 대로 말이야. 당사자 이외의 타인에게 행복이란 교훈적인 우화이고, 불행이란 재미있는 이야깃거리일 경우가 많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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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무라 군, 우리 인생에는 되돌아갈 수 없는 한계점이 있어. 그리고 훨씬 적기는 하지만,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한계점도 있지. 그런 한계점에 이르면 좋든 나쁘든 간에 우리들은 그저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지. 우리는 그렇게 살고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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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기에 그려져 있는 것은 예전에 이 방에서 살았던 소년일지도 모른다. 사에키 상이 사랑했던 동갑내기 소년. 스무 살 때 학생운동에 말려들어 의미 없이 살해당한 소년. 확인할 길은 없지만 어쩐지 그런 느낌이 든다. 풍경도 이 부근 해변의 모습 같다. 만일 그렇다면, 이 그림 속에 그려져 있는 것은 사십 년쯤 전의 풍경일 것이다. 사십 년이라는 세월은 나에게는 거의 영원처럼 생각된다. 시험 삼아 사십 년 후의 내 모습을 상상해 본다. 하지만 그것은 우주의 끝을 상상하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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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히 나는 다른 모든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같은 인간이야. 그것을 네가 좀 이해해 주었으면 해. 나는 괴물이 아니야. 보통 인간이지. 다른 모든 사람과 똑같이 느끼고 똑같이 행동하지. 그러나 그 사소한 차이가 때로는 끝없는 심연처럼 느껴질 때가 있어. 그야 물론,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하지만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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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얼마 전부터 갑자기 나카타는 고양이 상하고 이야기할 수가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어째서일까요?"

"세계는 나날이 변화하고 있다고, 나카타 상. 매일 때가 되면 날이 밝지. 그러나 거기 있는 건 어제와 똑같은 세계는 아니지. 여기 있는 건 어제의 나카타 상이 아니란 말이야. 알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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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내 말 잘 들어, 다무라 카프카 군. 네가 지금 느끼는 것은 수만흔 그리스 비극의 동기가 되기도 한거야. 인간이 운명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운명이 인간을 선택한다, 그것이 그리스 비극의 근본을 이루는 세계관이지. 그리고 그 비극성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정의하고 있는 것이지만―아이러니컬하게도 당사자의 결점에 의해서라기보다는, 오히려 당사자의 장점을 지렛대로 해서 그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내가 말하는 걸 알 수 있겠어? 다시 말하면 인간은 각자가 지닌 결점에 의해서가 아니라, 미질 즉, 타고난 장점이나 아름다운 성질에 의해서 더욱 커다란 비극 속으로 끌려 들어가게 된다는 거야.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이 그 뚜렷한 본보기라고 볼 수 있어. 오이디푸스 왕의 경우, 게으름이나 우둔함 때문이 아니라 그 용감성과 정직함 때문에 그의 비극은 초래되었거든. 거기에 불가피하게 아이러니가 생겨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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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불을 켜고 침대에 일어나 앉은 채 아침을 맞는다. 책을 읽을 수도, 음악을 들을 수도 없다.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나는 다만 거기 일어나 앉아서 아침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늘이 희끄무레해지고 나서야 겨우 잠들 수 있었다. 잠자는 동안에 나는 운 것 같다. 눈을 떴을 때 베개는 차갑게 젖어 있다. 하지만 그것이 무엇 때문에 흘린 눈물인지 나는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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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무언가를 상징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상징의 대상은 아마도 언젠가의 시간이며, 어딘가의 장소이다. 그리고 또 일종의 마음의 존재 방식이다. 그녀는 그와 같은 행복한 우연의 만남에서 빚어진 요정처럼 보인다. 영원히 상처 입을 리 없는 청순하고 순진무구한 상념이 그녀 주위에 다사로운 봄빛의 포자처럼 떠돌고 있다. 사진 속에서 시간은 딱 정지되어 있다. 1969년 내가 태어나기 훨씬 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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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카프카라는 이름―사에키 상은 그 그림 속의 소년이 자아내고 있는 수수께끼 같은 고독을, 카프카의 소설 세계와 결부해서 파악한 것이라고 나는 추측한다. 그렇게 때문에 그녀는 소년을 '해변의 카프카'라고 불렀다. 부조리의 파도가 밀려오는 해변을 방황하고 있는 외톨이인 영혼. 아마 그것이 카프카라는 말이 의미하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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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의 말 중에서

 

프랑스 현대 정신분석가인 자크 라캉은 우리의 삶이란 끄덕끄덕 졸다가 깜빡 깨어나고 다시 끄덕끄덕 조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인간은 현실이 견딜 수 없어 늘 꿈을 꾼다. 저것만 얻으면 더 이상 소망이 없겠지. 그러나 막상 그것을 얻는 순간 그는 퍼뜩 깨어난다. 그리고 손에 쥔 것이 스르르 미끄러지는 것을 발견한다. 텅 빈 손을 참을 수 없어 그는 다시 꿈을 꾸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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